힙한 감성이 필요해?떠오르는 한국의 ‘삼각지’대

2021. 9. 6. 11:06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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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지 근처에서 평생을 살았어요. 나고 자랐죠. 그동안 삼각지가 힙했던 적은 없었어요. 지하철 갈아탈 때 잠깐 들리는 곳 정도였죠. 주민이 아니면 역 밖으로 나올 일도 거의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랬던 삼각지가 요즘 힙한 동네가 됐습니다. 이번 주말, 삼각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거 어떠세요? 주변 이태원과 남영역, 신용산역까지 있어서 삼각지를 중심으로 삼각형 안에서는 모든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답니다. 지금부터 요즘 뜨는 맛집과 카페를 소개해드릴게요.



삼각지를 중심으로 삼각형을 그려봐!


삼각지를 중심으로 주변에 가볼 만한 곳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어요. 삼각지역과 신용산역 사이에는 용리단길, 숙대입구역 주변에는 남영동이 뜨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존에 유명했던 이태원 경리단길을 엮으면? 버뮤다 '삼각지'대가 완성돼요! 삼각지와 주변에 더 가볼 곳은 없는지, 지금부터 소개해볼게요.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버뮤다 ‘삼각지’대의 중심, 삼각지

1. 삼각지 신드롬의 근원지, 몽탄


몽탄은 2018년에 개업한 짚불구이 소갈비 전문점입니다. 특이한 인테리어와 콘셉트 덕분에 단숨에 사람들의 인기를 얻게 된 가게입니다. 몽탄이 들어서기 전 가게도 역시 고깃집이었는데, 몽탄만큼 유명하진 않았어요. 몽탄을 가보니까 왜 유명해졌는지 알겠더라고요. 큰 무쇠 솥뚜껑에 짚불로 구워 먹는 갈비, 보기도 좋고 맛도 좋았어요. 긴 웨이팅도 기다릴 가치가 있었어요. 연차를 내고서라도 갈 만했습니다. 오후 3시부터 웨이팅 명단을 작성하는데, 30분 일찍 도착한 덕에 원하는 시간에 먹을 수 있었습니다. 몽탄은 단순히 고기만 맛있는 집이 아니라, 고기를 통해 즐거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이었어요.

주소 : 서울 용산구 백범로99길 50

2. '삼각지=브런치' 새로운 공식을 쓴다, 베르트

 


베르트는 힙한 브런치 맛집입니다. 다른 수식어는 필요 없어요. 맞은편에 있는 세탁소를 비롯해 전혀 브런치 가게가 있을법하지 않은 풍경에 베르트가 더 빛나 보여요. 베르트는 낭만을 아는 가게입니다. 메뉴부터 '썬데이 베스트(Sunday Best), '새터데이 베스트(Saturday Best)'거든요. 베르트에서는 휴일을 보내는 기분으로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스크램블 에그, 소시지 등의 꿀조합으로 이루어진 브런치 메뉴와 정성스러운 플레이팅은 이 가게가 왜 삼각지에서 가장 핫한 가게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해줬어요. 히든 메뉴 버터넛 스쿼시 수프도 놓치지 마세요.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맛은 에피타이저로 제격이에요.

주소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62다길 9

3. 역 앞의 아지트, 파브


파브는 내추럴 와인바입니다. 만석인 날이 잦아 예약하기 조금 힘든 곳이기도 해요. 적어도 방문하기 3일 전쯤에는 예약해야 갈 수 있을 만큼 인기가 많은 가게입니다. 하지만 이 가게를 알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어요. 용산역을 가다가 내부 인테리어가 좋길래 유심히 보니까 와인바였거든요. 파브는 간판이 없지만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가게입니다. 그만큼 음식도 훌륭해요. 주력 메뉴인 뇨끼와 홈메이드 치즈케이크를 와인과 함께 먹으면, 말이 필요 없습니다.

주소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59-1, 1층

이밖도 매력넘치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명화원, 봉산집, 카데뜨, 애시드, 그래비티 터미널, 피에이치오 커피 등 개성 넘치는 가게들도 함께 방문해보세요.



요즘 뜬다, 신흥 강자 용리단길

1. 용리단길 사랑방, 초록초록한 추억을 전하는 하리


하리는 아스파라거스와 파를 채 썰어 해쉬브라운 위에 올린 '하리 해쉬브라운'이 시그니처 메뉴인 가게입니다. 블루 레터링이 적힌 접시도 유명해요. 하지만 왜 '하리'인지를 알게 되면 방문하기 더 즐거워지는 가게입니다. 메인 셰프가 어릴 적에 부모님이 하시던 '하리슈퍼'에서 이름을 따 온 거예요. 어릴 적 자신의 따뜻한 추억처럼, 하리에서의 시간이 행복하길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용리단길 초입부에 있는 이 가게는 쉬는 날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니, 방문 전에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꼭 확인하시길 바라요.

주소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53-1

2. 진짜 힙을 사로잡다, PPS


PPS는 버거 레스토랑과 뮤직바를 함께 운영 중이에요. 아침과 오후에는 얇게 썬 감자를 실타래처럼 튀겨 넣고 마요소스로 맛을 낸 프리타스 버거가 유명합니다. 저녁이면 내추럴 와인바로 운영되어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저녁에 방문하면 프렌치 디시를 맛볼 수 있어요. PPS의 'S'가 'SOUND'인 것 알고 계신가요? PPS의 LP 플레이어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와인을 마시면 마치 뉴욕에 온 듯한 느낌이 들어요. 밤과 낮, 두 차례의 즐거움을 맛보시려면 PPS로 오세요.

주소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50길 24

3. 햇살과 함께 내려온, 낙하산 커피


낙하산 커피는 생기넘치는 오렌지 컬러에 레트로풍 타이포의 로고가 재밌는 카페입니다. 시그니처 메뉴인 스콘의 식감은 독보적이죠. 위에 얹어 먹을 수 있는 헤비 크림은 정말 행복 그 자체입니다. 낙하산 라테도 꼭 마셔봐야 해요. 우유 얼음이 사각사각하게 살아있는 밀크 슬러시에 에스프레소를 부어줍니다. 에스프레소가 퍼지는 걸 보기만 해도 행복해요. 낙하산 커피에는 알 수 없는 여유로움이 있어요. 가게 앞 노란 벤치가 한몫을 합니다. 가을바람을 맞으면서 누군가를 기다리기에 딱이에요. 매장을 채우는 음악과 옐로&블루 톤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도 낙하산 커피만의 따뜻한 분위기를 채웁니다.

주소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46길 25



고수는 고기다, 남영동

1. 서울 항정살 1인자, 남영돈


남영돈은 돼지고기를 주 라인업으로 하는 고깃집입니다. 맛으로는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상태, 말해 뭐 하겠어요. 남영돈의 시그니처 메뉴는 항정살입니다. 쫀득하면서도 서걱서걱한 맛이 일품이에요. 아차, 가브리살도 빠뜨리면 섭섭합니다. 남영돈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죠. 고기와 김치 가득한 김치찌개도 챙기세요. 후식은 역시 냉쫄면이죠. 고기도 고기인데 자꾸 생각나는 맛이랍니다. 남영돈은 웨이팅이 길기로 유명해요.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오픈 전에 방문해서 예약하는 게 좋습니다.

주소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80길 17

2. 바베큐 오마카세 일인자, 유용욱바베큐연구소


숙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와 골목 안으로 조금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남영 아케이드'. 100년은 족히 넘은 허름한 건물 안에 진짜 고수가 있습니다. 바로 유용욱바베큐연구소인데요. 신세계 그룹 정용진 회장, 카카오 김범수 의장 등 재계 인사들의 방문으로 유명합니다. 예약하려면 기본 3개월 이상 걸린다고 하지만, 대단한 맛 때문에 다들 도전한다고 해요. 가족 농장에서 시작한 그의 열정은 10년째 근속 중인 대기업도 박차고 나오게 했으니, 맛이 대단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가족들에게 음식을 해 먹이는 게 좋아서 시작한 바베큐는 유용욱 소장의 꿈이자 기쁨입니다.

주소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84길 5-7 남영아케이드



여길 안가? 힙스터들의 성지, 경리단길

1. 맛있게 맵다, SAAP(쌉)

SAAP은 태국어로 '맛있게 맵다'는 말이에요. 쌉의 주인장인 김훈 셰프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입니다. 시그니처 메뉴는 방콕마마누들이에요. 쏟아버린 컵라면을 연상시키는 비주얼이 눈도 즐겁게 합니다. 그리고 쌉은 주인장의 위트가 곳곳에 드러난 가게인데요. 쌉의 캐치프레이즈인 "not famous, but JMT"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쌉에서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만 먹기보다 분위기를 즐겨보세요. 눈을 감으면 카오산 로드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주소 :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36, 1층


오늘 함께 알아본 버뮤다 '삼각지'대 속 뜨는 맛집과 카페, 즐거우셨나요? 용리단길과 삼각지에는 지금도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나만 아는 찐맛집들을 친구들과 공유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선선해지는 날씨에 오늘 소개해드린 가게에서 소중한 사람과 추억을 만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